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다시 묻는다 — 전술·기용·소통·책임 사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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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다시 묻는다 — 전술·기용·소통·책임 사이의 빈자리

축구에서 감독의 자리는 늘 냉혹하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과거의 영광은 빠르게 잊히고, 새로운 잣대가 적용된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신공격이 아니다. 팬과 매체, 그리고 축구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온 전술·선수 기용·소통·책임감이라는 네 가지 축에서, 그가 보여준 지도력의 빈자리를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1. 전술적 방향성, 매번 다른 팀처럼 보인다

한 경기는 수비 블록을 낮추고, 다음 경기는 전방 압박을 강행한다. 또 어떤 날은 중원 점유로 빌드업을 시도했다가, 이튿날에는 롱볼과 역습 위주로 전환한다. 감독의 전술적 철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할 단서가 너무 적다. 상대 분석 없이 진행되는 교체, 시스템보다 개인 기량에 기대는 듯한 운영—선수들은 매주 다른 지시를 읽어내야 한다. 전술은 결과 이전에 일관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2. 선수 기용, 일관성이 무너졌다

핵심으로 분류해온 선수가 갑자기 벤치로 밀려나고,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가 선발로 급부상하곤 한다. 거기에 그럴듯한 설명이 따라붙는 경우는 드물다. 신인 등용과 베테랑 활용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때, 팀 내부의 신뢰는 빠르게 깎인다. 교체 카드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바꾸기 위한 교체인지, 시간벌기인지, 선수 컨디션 판단인지—의도가 분명하지 않을 때, 벤치의 결정은 후회로 남기기 쉽다.

3. 소통의 부재, 팀이 침묵한다

기자회견의 답변은 늘 비슷하다. "선수들이 노력했다",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 "원인을 분석하겠다". 문제는 이 문장의 반복이 무뎌진다는 점이다. 팬과 매체,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단이 그 말을 진정성으로 느끼지 못하는 순간, 리더십의 무게는 빠르게 증발한다. 코칭스태프의 잦은 변화와 선수단의 분위기는 외부에서도 희미하게 감지된다. 감독의 침묵이 조직 전체의 침묵이 된다면, 그것은 전술의 실패가 아니라 문화의 실패다.

4. 책임감의 무게, 어디로 흘러가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감독이 먼저 자기 부족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진의 원인은 상대 전술, 심판 판정, 선수 컨디션, 빡빡한 일정 등 언제나 외부로 향했다. 코칭스태프의 구성은 자주 바뀌었지만, 그 변화가 가져온 명확한 성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 '무능'이라는 단어는 평가일 뿐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 평가가 퍼지고 굳어지는 데에는, 감독 자신의 언행과 결정이 충분히 자양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5. 선임 과정부터 꼬였다 — 확인된 기록

지도력 논란은 경기장 밖에서 먼저 시작됐다. BBC 코리아 정리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져 우승에 실패한 뒤 1년도 안 돼 경질됐고, 대한축구협회는 내부 규정상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후임을 뽑아야 했다. 제시 마시 등 여러 지도자가 후보군에 올랐다고 알려졌지만 최종 선택은 홍명보였다.

당시 전력강화위원이던 박주호는 2024년 7월 8일 유튜브 영상에서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지성도 취재진에게 "절차대로 감독을 선임해야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같은 해 11월 최종 감사 결과에서,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면접을 진행했고 감독을 내정·발표한 뒤에야 이사회에 서면 의결을 요구하는 등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3명의 징계와, 필요하면 선임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요구했다. 협회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로 맞섰다.

이 글이 지적한 '소통'과 '책임'의 문제는 사실상 선임 단계에서부터 드러나 있었던 셈이다. 출발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이후의 모든 판단이 의심부터 받게 된다.

6. 이 글을 올린 다음 날 — 북중미 월드컵 결과

이 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바지이던 6월 27일에 올렸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28일, 한국은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상위 8위 안에 들지 못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성적은 1승 2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에 졌다. 3차전 남아공전은 0-1 패배였고, 손흥민을 선발에서 뺀 결정이 큰 논란이 됐다. BBC가 인터뷰한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홍 감독은 전술이나 패턴을 바꾸는 대신 선수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글 1번과 2번 항목에서 짚은 내용과 그대로 겹친다.

홍 감독에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처음이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조별리그에서 떨어졌고, 알제리전 2-4 패배는 지금도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반대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울산 현대의 K리그 우승처럼 지도자로서 성과를 낸 기록도 있다. 그래서 더 아쉽다. 같은 사람이 왜 가장 큰 무대에서만 두 번 무너졌는지, 협회와 감독 모두 답해야 한다.

귀국 현장인 인천공항에서는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가 나왔고, 정몽규 회장은 6월 29일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협회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결과가 나온 뒤에야 움직이는 이 순서 자체가, 앞에서 말한 '책임의 빈자리'를 보여준다.

결론 — 지도자의 무게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그래서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의 명성만으로 설득의 시간이 영원히 갈 수는 없다. 팬은 결과를 원하지만, 그보다 더 굶주려 있는 건 방향과 진정성이다. 명확한 자기반성, 일관된 전술적 정체성, 선수와 소통하는 태도, 결과를 끌어안는 책임감—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능'이라는 평가가 사실로 굳어지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지도자로서 가장 본질적인 자리에 다시 서야 할 때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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