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기레기가 쓴 기사
2017년 8월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남긴 글이다. 기사 링크와 앞부분은 아래에 그대로 두고, 저자 자격이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국제 기준과 국내 지침을 덧붙인다. 기사 속 사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문제의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8/13/0200000000AKR20170813053000004.HTML?input=1179m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유명 사립대 대학원생 출신이 자신이 써온 논문의 저자를 부당하게 바꿨다며 지도교수에게 반발, 대학 측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14일 서울의 한 사립대 일반대학원 등에 따르면 B교수는 과거 연구실 제자였다가 지금은 기업에 취업한 A씨가 작성해오던 논문을 완성해 지난달 31일 외국 유명 학술지에 제출하면서 저자 명단에 다른 대학원생들의 이름도 함께 올렸다. A씨는 이런 처사가 부당하다며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 측은 조사에 나섰다. 일반대학원 측은 "(A씨의) 민원을 접수했으며, 윤리위.......
논문 저자는 '썼다'고 되는 게 아니다 — ICMJE 4가지 기준
저자 자격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은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 권고안이다(ICMJE, Defining the Role of Authors and Contributors). 저자는 아래 네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 연구의 구상·설계, 또는 자료의 수집·분석·해석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 원고를 쓰거나, 중요한 지적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정했다.
- 출판될 최종본을 승인했다.
- 연구의 정확성과 진실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 적절히 조사·해결되도록 연구 전반에 책임지기로 동의했다.
네 가지를 다 갖춘 사람은 모두 저자로 올려야 하고, 하나라도 빠지면 저자가 아니라 감사의 글(acknowledgment)에 적는다. ICMJE는 누가 저자인지 판단하는 것이 학술지 편집인이 아니라 저자 집단의 공동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가능하면 연구를 계획할 때 미리 정하고 진행하면서 조정하라고 권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원고 초안을 내가 썼으니 내 논문"이라는 주장도, "지도교수가 마무리했으니 지도교수 논문"이라는 주장도 그 자체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초안 작성은 2번 기준 하나일 뿐이고, 최종본 승인과 책임 동의가 빠지면 저자 요건을 다 채운 게 아니다. 반대로 실험과 분석을 한 사람을 빼는 것도 기준 위반이다.
ICMJE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저자 기준은 자격 있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수단이 아니라고 못박고, 1번 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는 원고 수정과 최종본 승인(2·3번 기준)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실험을 한 제자가 연구실을 떠났다고 해서 원고를 보여 주지 않고 빼 버리면, 바로 이 취지에 어긋난다. 반대로 연구비 확보, 연구실의 일반적인 감독이나 행정 지원, 글쓰기 도움·교정만 한 경우는 그것만으로 저자가 될 수 없고 감사의 글에 적는다고 예를 들어 두었다. 교신저자는 투고·심사·출판 과정에서 학술지와의 연락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저자 정보 등 행정 요건을 챙기는 역할도 맡는다. 최근 개정에서는 AI 도구를 글쓰기에 썼다면 감사의 글에 밝히라는 내용도 들어갔다.
국내 기준 — 교육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국내에서는 교육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현행 제449호, 2023년 7월 17일 전부개정)이 연구부정행위의 하나로 '부당한 저자 표시'를 정해 두고 있다(서울대 도서관 연구윤리 가이드 정리). 연구내용이나 결과에 공헌·기여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저자 자격을 주지 않거나, 기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감사나 예우를 이유로 저자 자격을 주는 행위다. 구체적으로 다음 세 경우를 든다.
- 가. 공헌이나 기여가 없는데 저자 자격을 주는 경우
- 나. 공헌이나 기여가 있는데 저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
- 다. 지도학생의 학위논문을 학술지 등에 지도교수 단독 명의로 게재·발표하는 경우
기사 속 사례처럼 "다른 대학원생 이름을 함께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함께 올라간 대학원생들이 실제로 실험·분석·수정에 기여했다면 정당한 공동저자이고, 기여 없이 이름만 얹었다면 '가'에 해당한다. 원래 원고를 쓰던 사람을 뺐다면 '나'가 문제 된다. 결국 판단은 실험 노트, 데이터, 원고 수정 이력 같은 기록으로 기여를 따지는 일이다.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사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정리 — 기사를 쓸 때도, 연구실을 운영할 때도
- 저자 자격은 '누가 원고를 썼나'가 아니라 기여·수정·승인·책임 네 가지로 정해진다.
- 국내 지침은 기여자를 빼는 것과 비기여자를 넣는 것을 똑같이 연구부정으로 본다.
- 제자의 학위논문을 지도교수 단독 명의로 내는 것은 지침에 따로 적힌 부정행위다.
- 연구비 확보나 일반적인 연구실 감독만으로는 저자가 될 수 없다. 이건 교수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이다.
- 분쟁을 막으려면 연구 시작 단계에서 저자 순서와 역할을 정하고, 졸업·취업으로 연구실을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시점에 기여 범위와 저자 표기를 문서로 합의해 두는 게 가장 확실하다.
논문을 다루는 기사라면 적어도 이 기준을 알고, 양쪽의 기여 기록을 확인한 뒤에 써야 한다. 그게 이 글 제목에 담긴 불만의 핵심이다.
댓글 0
첫 한 줄을 남겨 보자.
로그인 뒤 한 줄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