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장이 다 좋은 건 아니다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vs 창원 NC파크
새로 지었는데 왜 더 불편할까
작년(2025년)에 완공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야구를 봤다. 최신 구장이라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앉아 보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이상한 건, 6년이나 더 오래된 창원 NC파크(2019년 개장)가 훨씬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준공 연도만 보면 대전이 6년 뒤에 지은 '신상'인데, 관람 경험은 거꾸로 갔다. 왜 이런 역설이 생겼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무엇이 불편했나
1. 시야 방해석이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시야다. 복층 불펜과 몬스터월 같은 구조물 때문에 타석이 가리는 구역이 많고, 특히 1루 방향 외야석에서는 타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좌석 간 단차(높이 차)도 충분치 않아 앞사람 키가 크면 그대로 시야가 막힌다. 매진된 경기에서도 시야 방해석은 비어 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2. 좌석 간격과 통로
3루 응원단상 근처 내야지정석은 앞뒤 간격이 좁아 무릎이 닿고, 한 명이 나가려면 그 줄 사람들이 다 일어서야 한다. 4층 좌석은 이동 통로 자체가 부족해 자리 오가기가 불편하다. 당초 2만 석으로 계획했다가 1만 7천 석으로 줄어든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3. 장애인석 논란
개장 초, 원래 8천 원대 장애인석을 5만 원대 특별석으로 바꿔 판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전시가 시정 명령을 내렸고, 결국 구단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내고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전용 엘리베이터·경사로, 단차를 높인 휠체어석 등으로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신축 구장에서 이런 문제가 처음부터 나왔다는 것 자체가 설계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4. 안전 사고
1만 7천여 명이 입장한 날 1루 4층 통로의 간판 한쪽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파울 타구가 입점 음식점 유리창을 여러 차례 깨 뒤늦게 안전 그물망이 설치됐다. 새로 만든 인피니티 풀에서는 물이 넘쳐 아래층 관중에게 튀고 누수까지 지적됐다.
5. 주차와 먹거리 대기
주차 공간이 협소해 주말엔 경기 1시간 반 전에도 자리가 없다. 인기 음식점은 대기 줄이 화장실까지 이어질 만큼 길어, 음식 하나 받는 데 한참 걸린다.
창원 NC파크는 왜 6년 더 오래됐는데 더 편할까
NC파크는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대전보다 6년 앞선 구장인데도 관람 편의는 오히려 앞선다. 비결은 '설계 철학'에 있다.
- 메이저리그 설계사 참여 — MLB 구장을 다수 설계한 파퓰러스(Populous)가 참여했다. 1층 콘코스(복도)가 전면 개방형이라 이동 중에도, 어느 좌석에서도 사각지대 없이 경기가 보인다.
- 그라운드에 가깝다 — 관중석과 그라운드 거리가 14.8m로 가까워 현장감이 살고, 시야를 막는 기둥을 최소화했다.
- 배리어 프리(BF) 인증 — 완만한 슬로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낮게 설계한 계단으로 나이·신체 조건과 무관하게 편하게 다닐 수 있다.
- 여름에도 쾌적 — 시즌 대부분 관중석이 그늘에 들어가 햇빛 부담이 적다.
- 선택지가 넓다 — 잔디석, 캠크닉석, 프리미엄·바비큐석 등 취향대로 고르고, 스마트 오더로 줄 서지 않고 주문한다.
- 접근성 — 넓은 주차 공간과 고속도로 접근성도 강점이다.
숫자로 비교한 두 구장
체감만으로 말하면 억울할 수 있으니 공개된 숫자도 같이 놓고 본다.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 대전시 소식지에 따르면 총사업비 2,074억 원,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5만 8,405㎡다. 2023년 착공해 2년 만에 지었고 2025년 3월 5일 개장식을 했다. 1964년 한밭야구장 이후 61년 만의 새 구장이다. 좌석은 한밭야구장보다 앞뒤 5cm, 좌우 6cm 넓혔다고 시가 소개했다. 그라운드는 좌측 99m, 우측 95m의 비대칭 오각형이고, 짧은 우측에 8m 높이 '몬스터월'을 세웠다.
- 창원NC파크 — NC 다이노스 구단 안내 기준으로 2019년 3월 18일 공식 개장했고 관람석은 18,128석, 펜스는 좌우 101m·중앙 122m다. 콘코스가 내외야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막힌 구간이 없고, 무장애 건축물 인증을 받았으며 관람석 안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길이 200m 리본 전광판은 국내 야구장 중 가장 길다고 구단은 밝힌다.
흥미로운 건 대전도 시 소개 자료에서는 '오픈 콘코스', '계단 높이와 경사를 낮춘 설계'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설계 개념은 비슷하게 가져왔는데 현장 체감이 달랐다면, 시야 방해 구조물이나 좌석 배치 같은 세부에서 갈렸다고 보는 게 맞다.
관중 수와 증설 계획
불편하다는 말과 별개로 대전 구장은 늘 꽉 찬다. 뉴스엔톡 보도(2026년 9월 30일)에 따르면 개장 첫해 좌석 점유율이 약 99%였고 홈 누적 관중 123만 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일찍 100만 관중을 넘었다. 대전시와 한화이글스는 1만 7천 석 규모에 1루 외야석 3천 석을 더해 2만 석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업비는 약 110억 원, 공사 기간은 2027년 10월부터 2028년 3월까지로 잡혀 있다. 좌석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 지적되는 시야·통로 문제를 같이 손보지 않으면 불편한 자리가 3천 개 더 생길 뿐이다.
결론 — 구장의 완성도는 준공 연도가 아니라 설계 철학에서 갈린다
새것이 좋은 게 아니라, 관중 경험을 중심에 둔 설계가 좋은 것이다. NC파크는 6년 전에 이미 '팬이 편해야 좋은 구장'이라는 답을 냈고, 대전은 최신 구장이면서도 그 기본을 놓쳤다. 시야·좌석·동선·그늘 같은 건 화려한 시설로 가릴 수 없는 야구장의 기본기다. 관중이 편해야 경기가 즐겁다 — 이 단순한 원칙 하나에서 두 구장의 6년이 뒤집혔다.
* 이 글은 직접 관람 경험과 함께, 언론 보도 및 공개 자료(나무위키, 조선일보, SBS,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덧붙임 — NC파크도 완벽하지 않았다
공정하게 적어 둔다. 창원NC파크는 2025년 3월 29일 LG와의 경기 중 외벽에 붙어 있던 알루미늄 루버(약 32kg)가 떨어져 관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를 겪었다. 경남도민일보(2026년 3월 26일)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6개월 전인 2024년 9월 정기점검 업체가 "태풍 등이 오면 루버가 추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알렸는데도 보고·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창원시설공단 법인과 관계자 등 16명을 검찰에 넘겼다. 부실시공, 감리 소홀, 점검 누락이 겹친 결과였다.
설계가 관람 편의를 결정한다면, 유지관리는 안전을 결정한다. NC파크의 설계 철학은 여전히 배울 만하지만, 대전 구장도 NC파크도 '지은 뒤에 어떻게 관리하느냐'까지 봐야 좋은 구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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