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인 광고에 '시력'이 없는 이유 — 논문으로 읽는 눈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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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보기: 유튜브 「김박사 건강 채널」

이 글은 유튜브 「김박사 건강 채널」에 올린 영상의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한 것입니다.

루테인 광고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시력'이라는 단어가 없다. 빼먹은 것이 아니라 쓸 수 없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루테인에 허락한 문장에는 시력을 좋게 한다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그 문장을 끝까지 읽고, 논문으로 그 문장이 어디까지 맞는지 따져 본다.

먼저 짚어 둔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질병을 치료하지 않는다.

문장의 동사는 '유지'

식약처 고시(「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마리골드꽃추출물 2-26)에 적힌 루테인의 기능성은 다음과 같다.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줌
—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황반은 망막 한가운데, 글자와 얼굴을 또렷하게 보는 자리다. 사람의 황반에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루테인, 제아잔틴, 메소제아잔틴뿐이다. 이 노란 색소가 얼마나 진한지를 잰 값이 황반색소밀도다.

이 문장의 핵심 동사는 '유지'다. 회복도, 향상도 아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는 문구도 흔히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루테인이 아니라 다른 원료의 문구다.

  • 마리골드꽃추출물(루테인): 황반색소밀도 유지
  • 빌베리 추출물: 눈의 피로 개선
  • 헤마토코쿠스 추출물: 눈의 피로도 개선

같은 '눈 건강' 칸에 있어도, 원료마다 허락받은 말이 다르다.

색소는 양만큼 오른다

그렇다면 루테인을 먹으면 황반색소밀도가 실제로 오를까. 오른다. 다만 양에 따라 다르다.

눈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46편, 3,189명을 모은 메타분석이 있다(Wilson 등, Adv Nutr 2021). 참가자 평균 나이는 43세로, 노인만 모은 연구가 아니다. 하루 섭취량별 황반색소밀도 변화는 이랬다.

  • 루테인·제아잔틴 하루 5mg 미만: +0.02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음)
  • 5mg 이상~20mg 미만: +0.04
  • 20mg 이상: +0.11

5mg 미만 연구는 대부분 음식으로 섭취량을 늘린 경우였다. 식약처 고시의 하루 섭취량은 10~20mg으로, 색소밀도가 오른 범위와 겹친다.

하지만 연구진도 적었듯, 색소밀도가 얼마나 올라야 실제로 더 잘 보이는지는 아직 모른다.

의미 있는 색소밀도 변화나 시각 기능과 연결되는 최소 용량·기간은 앞으로 밝혀야 한다
— Wilson 등, Adv Nutr 2021 결론 요지

오르는 것은 색소다. 시력이 오른다는 결과는 이 분석에 없다.

AREDS2는 누구의 연구인가

루테인 이야기에 꼭 나오는 연구가 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의 AREDS2 시험이다. 참가자는 3,882명, 평균 72세였고, 모두 눈에 중간 단계 나이관련 황반변성이 이미 있었다. 황반변성은 황반이 상하면서 보려는 곳 한가운데가 흐려지는 병이다.

10년을 지켜본 결과(Chew 등, JAMA Ophthalmol 2022), 루테인을 받은 쪽이 후기 황반변성으로 넘어갈 위험비는 0.91(95% 신뢰구간 0.84~0.99)이었다. 1이면 차이가 없다는 뜻이니, 작지만 낮은 쪽으로 나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상이다. 이 결과는 이미 병이 시작된 눈에서 진행을 늦춘 이야기다. 눈이 건강한 사람이 먹어서 황반변성을 막는다는 연구가 아니다. (필자의 해석)

또 루테인만 따로 먹은 시험도 아니다. 시험 뒤 추적 기간에는 모두 비타민 C와 E, 아연, 구리가 든 복합제를 먹었다.

루테인이 들어간 진짜 이유

AREDS2의 더 큰 소식은 따로 있다. 원래 공식에 있던 베타카로틴이 빠진 이유다.

10년 뒤 폐암을 따져 보니, 베타카로틴을 받은 쪽의 오즈비가 1.82였다. 연구진은 위험이 거의 갑절이 됐다고 썼다. 오즈비는 병이 생길 가능성을 비교 대상과 견준 값으로, 1보다 크면 더 많이 생겼다는 뜻이다. 루테인 쪽은 1.15로, 통계적으로 뚜렷한 증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루테인·제아잔틴이 베타카로틴의 적절한 대체재였다고 결론 내렸다. 루테인이 특별히 대단해서라기보다, 베타카로틴보다 안전해서 자리를 넘겨받은 셈이다.

지금 먹고 있는 눈 영양제가 있다면,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는지 성분표부터 확인해 볼 일이다.

오메가-3는 황반을 지켰나

같은 시험에서 오메가-3도 함께 시험했다. 후기 황반변성 진행 위험비는 1.01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루테인은 0.91).

식약처도 오메가-3(EPA 및 DHA 함유 유지)에는 '건조한 눈을 개선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줬다. 황반을 지킨다는 말이 아니다. 같은 눈 건강이라도 원료마다 가리키는 곳이 다르다.

이미 위축이 시작된 눈

황반변성이 더 진행되면, 망막 세포가 말라 사라지는 지도 모양 위축이 생긴다. 이 위축이 있는 눈만 따로 다시 분석한 2025년 연구가 있다(Keenan 등, Ophthalmology 2025).

베타카로틴 없이 항산화제를 먹던 325개 눈에서, 위축이 중심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달랐다. 루테인을 받은 쪽은 1년에 80.1마이크로미터, 받지 않은 쪽은 114.4마이크로미터였다.

하지만 위축이 차지하는 넓이가 커지는 속도는 양쪽이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 자료를 다시 나눠 본 사후 분석이어서, 확인이라기보다 단서에 가깝다. 여기서도 대상은 이미 병이 깊어진 눈이다. 건강한 눈의 이야기로 옮기면 안 된다.

오늘 근거의 약점

이 글의 근거에도 약한 곳이 있다.

  • 하루 20mg 이상 연구들의 기간은 3~12개월이었다. 몇 년을 먹었을 때는 따로 봐야 한다.
  • AREDS2의 10년 가운데 뒤의 5년은, 시험이 끝난 뒤 모두가 같은 복합제를 먹으며 지켜본 관찰 추적 기간이다.
  • 숫자는 논문 요약문에서 확인한 것만 썼다. 전문까지 읽지는 않았다.

시력을 못 올린다고 증명된 것이 아니라, 올린다는 근거를 이번에 본 논문에서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오늘의 판정

루테인은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는 데 근거가 있는 원료다. 시력을 올리는 원료는 아니다. (필자의 해석)

  • 황반색소밀도: 근거 있음(용량에 따라)
  • 시력 향상: 근거를 찾지 못함
  • 황반변성 진행: 이미 병이 있는 눈을 대상으로 한 연구
  • 눈 피로: 루테인의 문구가 아님

황반변성이 이미 있다면 영양제보다 안과 진료가 먼저다. 무엇을 먹을지도 의사와 정하는 것이 맞다. 글자가 휘어 보이거나 가운데가 흐려 보이면, 영양제를 바꿀 것이 아니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영양제 말고도 있고, 정기 안과 검진이 그 첫째다.

식약처가 인정한 문구는 '도움을 줄 수 있음' 수준까지다. 그 이상은 광고의 말이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건강기능식품도 약처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 이 글은 연구 근거를 정리한 것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니고, 특정 제품을 추천하거나 비방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지 않는다. 개인 건강 문제는 의사·약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참고

▶ 영상: 루테인 광고에 '시력'이 없는 이유 — 논문으로 읽는 눈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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